Back to yourahong.com

Contact
Resume
Text
Portfolio

 
Hailing from the city of Seoul, South Korea, now split my time between the urban landscapes of Seoul and Chicago. Currently studying Cinema Studies and Interaction Design at K-Arts and CCC, I am also actively engaged as a journalist and an (amateur) film critic. Beyond the realm of academia and professional pursuits, I love playing electric guitar, making website, watching film, and walking around the city.


Youra Hong

About Me


Resume



 

‘홈그라운드’(권아람)

-‘레스보스’가 당연하게 있을 수 있을 때까지



홍유라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은 연간 3~4000명 가량의 레즈비언이 방문하는 성지(聖地)다. 레스보스 섬 내에 위치한 에레소스 마을은 최초의 여성 서정시인이자 동성애자라고 알려진 사포의 고향으로, ’레즈비언(Lesbian)‘이라는 단어는 레스보스 섬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의 섬 이름을 딴 이태원의 요리 주점 ‘레스보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레즈비언 바다. 영화는 이 바를 운영하고 있는 윤김명우 형을 중심으로 여러 곳의 홈그라운드를 담아낸다.

 레즈비언들의 홈그라운드의 계보는 레스보스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 ‘레스보스’가 현재 성인들의 홈그라운드라면, 신촌 공원은 2000년대 초 10대들의 홈그라운드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예전에는 명동의 ‘샤넬’이 있었다. 감독은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인터뷰와 그 시대를 사실적으로 옮겨놓은 듯한 재연 장면을 교차함으로써 관객이 그 당시 홈그라운드의 풍경을 소상히 그려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연대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공간을 꾸려나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레스보스는 당연한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편안함을 일부 포기해야만 하는, 등가 교환의 형식을 띤다. 그럼에도 윤김명우 형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공권력의 압제로부터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레스보스’를 운영하고 인권 운동에 앞장선다.

 레스보스는 마치 ‘실뜨기’ 행위처럼 이어져가고 있다. 실뜨기는 내가 실을 교차하여 상대에게 넘기면, 상대도 실을 꼬아 다시 내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이 풀어지거나 놓치면 실패하게 되므로 넘겨주는 행위가 가장 중요하다. 윤김명우 형이 이곳에 오는 손님을 대접하면, 손님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보탬은 다시 명우 형에게 되돌아온다. 손님과 명우 형 사이에서의 돈독하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원동력 삼아 레스보스는 굴러간다. 레스보스-성소수자 손님의 관계에서 그 누구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도 홈그라운드를 지키기 위해서, 또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레스보스의 주인장 윤김명우 형은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